
656조 6천억 원.
2024년 대한민국 정부가 집행하는 총지출 예산이다.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비교를 하면 달라진다. 이 금액은 세계 최대 IT 기업 애플의 2023년 연간 매출(약 383조 원)보다 크고, 스웨덴 한 나라의 GDP와 맞먹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1년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 정도다.
예산의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압도적인 비중이다. 보건복지부 2024년 예산은 122조 3,779억 원으로 전체의 약 18.6%를 차지한다. 국토교통부 전체 부처 중 단연 1위다. 이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지출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다. 2위인 교육부(95조 7,888억 원, 14.6%)와 합산하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복지와 교육에 집중된다.
국방 예산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59조 4,244억 원으로 확정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을 합산하면 전체 예산의 약 9.3%에 해당한다. 세계 주요 국가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보면 한국은 약 2.37%로, 미국 3.36%, 러시아 4.01%, 이스라엘 4.3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절대 금액은 크지만 GDP 대비로는 상대적으로 절제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간 비교를 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은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미국처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나라들은 30~35% 수준에 머문다. 한국은 약 30% 내외로 복지 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아직 북유럽형 복지국가와는 거리가 있다. 미국보다는 정부 역할이 크고, 북유럽보다는 작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이다. 어디에 얼마를 쓰느냐는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2024년 한국의 예산은 복지와 교육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고령화와 저출생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자원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가장 큰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