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3,287명이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2명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더 두려워한다. 비행기 추락 사고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생생한 영상으로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을 더 중요하고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 이것이 가용성 편향이다.
가용성 편향은 가용한 모든 정보에 따라 객관적 판단을 내리는 대신, 자신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보에 따라 편향적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객관적 판단에서는 '나에게 가용한 정보’가 '가용한 모든 정보’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편향적 판단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된다. '나에게 가용한 정보’가 전체를 차지하고, '가용한 모든 정보’는 오히려 그 안의 작은 일부로 밀려난다.
이 편향을 만드는 요인은 다섯 가지다.
- 자주 발생하는 것은 더 쉽게 기억된다(frequent). 반복적으로 접한 정보일수록 머릿속에서 더 빠르게 떠오르고,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미디어나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된 정보라면 같은 효과가 생긴다.
- 최근에 발생한 것일수록 더 강하게 떠오른다(recent). 어제 들은 이야기가 1년 전 데이터보다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팀에서 발생한 실수 하나가 그 사람의 전체 역량 평가를 왜곡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극단적인 사건일수록 더 오래 기억된다(extreme). 평범한 일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사건은 강하게 각인된다. 비행기 사고가 교통사고보다 훨씬 드물지만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부정적인 경험은 긍정적인 경험보다 더 선명하게 각인된다(negative). 열 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비판이 더 오래 남는다. 잘된 프로젝트 열 개보다 실패한 프로젝트 하나가 다음 의사결정에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 생생하게 묘사된 것일수록 더 쉽게 떠오른다(vivid). 건조한 통계보다 구체적인 스토리가 판단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수치로 제시된 리스크보다 실제 피해자의 이야기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향은 조용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최근에 실패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비슷한 시도를 과도하게 회피한다. 인상적인 발표를 한 사람을 실력 있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뉴스에서 자주 다루는 리스크를 실제보다 크게 본다. 반대로 조용하지만 중요한 신호는 눈에 띄지 않아 무시된다.
이 편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판단의 질이 달라진다. 지금 내가 내리는 판단이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에 근거한 것인지. 그 질문 하나가 편향을 걷어내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