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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의 의무

웹사이트 총량제, 무지와 전시행정의 결과

우리나라 공공 웹사이트는 몇 개일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공공 웹사이트는 약 14,000개이다. 여기에는 사업별 하위 사이트, 캠페인성 도메인, 위탁 운영 포털, 분리 구축된 서비스 페이지 등 숨은 웹사이트는 모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2만 개 이상, 아니 3만 개에 이를지도 모른다. 숫자보다는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자산 규모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웹사이트는 공공 서비스의 창구이며, 거의 모든 사이트가 국민 한 사람을 향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일반 사용자가 일상에서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는 많아야 10여 개 내외다. 평생에 걸쳐 주로 이용하는 웹사이트가 수십 개를 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평생 이용할 수 없는 수만 개의 공공 웹사이트는 왜 만들었으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웹사이트 총량제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논의되고 추진되었고, 그 배경은 이러했다. 웹사이트 난립, 예산 중복, 관리 부실. 전수조사를 하면 할수록 사이트는 늘어났다. 문제는 심각했지만, 해법은 단순했다. 개수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대표 홈페이지 중심으로 통합하라. 기관별 최소 단위만 남겨라. 신규 사이트는 억제하라. 그래서 나온 정책이 기관당 '대표 홈페이지 1개 + 대표 서비스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없애라는 이른바 ‘1+1’ 원칙이었다.

무지의 발상이었다. 웹사이트는 숫자로 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보 구조, 사용자 흐름, 데이터 연계…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사이트가 천 개에서 오백 개로 줄어도 정보가 단절되어 있고 서비스 동선이 복잡하다면 사용자는 아무것도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는다. 많은 기관은 총량을 맞추기 위해 움직였다. 실질적인 재설계보다는 형식적인 통합을 추진하였다. 메뉴를 억지로 합치거나, 주소만 통합하거나, 껍데기만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숫자는 줄였지만, 체감 변화는 만들지 못했다. ‘1+1 원칙’은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주관 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자신들은 여전히 수십 개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다른 기관에는 2개의 웹사이트만 남기고 통폐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런 남부끄러운 정책 추진으로 인해 정책의 정당성이나 당위성에 힘이 실리기 어려웠다. 이제 또 다시 정부는 2026년까지 상위 1,500여 개 서비스를 정부24로 통합·연결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숫자 중심의 사고다. 그러나 한 곳에 모은다고 통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연결되어 있는가. 부처 간 프로세스가 이어져 있는가. 사용자의 여정이 단절 없이 설계되어 있는가.

이 질문이 빠진 통합은 숫자 조정에 불과하다. 웹사이트 숫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정보가 더 쉽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 요구와 상황에 맞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 오히려 정보의 과부하와 사용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결국 미로는 형태만 바뀔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