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이 소멸되는 본질적인 원인 해결과 상관 없는 예산 투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다름 없다. 인구감소를 걱정하면서 외지인에 대한 텃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지방은 차라리 소멸되는 게 더 낫다. 이것은 자극적인 선언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이다.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지방소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하면서, 향후 30년 이내에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현재 89개 시군구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2047년까지 157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감소지수는 연평균인구증감율,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 등 8개 지표로 산출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10년간 지원한다. 목적성 강화와 자율성 제고를 운영 기본방향으로 삼고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 발굴과 지자체가 여건에 맞는 투자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 아니다. 장원 농촌유토피아대학교 교수가 제시한 지방이 소멸되는 본질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지자체의 역량 부족이다. 단체장의 역량도 부족하고 실무자의 전문성도 떨어지고 민간 영역과의 협치 능력도 떨어진다.
- 지역민의 포용력 부족이다. 소위 순혈주의에 바탕한 성골, 진골, 육두품 나누기와 그에 따른 다양한 유착관계는 지방을 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 국가예산 배분 문제다. 민간의 역량도 안 되고 의지도 없는데 그 지역에 돈을 뿌려봤자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 선거제도의 문제다. 군수, 국회의원, 지방의원, 조합장 선거 등은 한 마디로 요지경이다. 검은 돈과 지연, 학연, 혈연이 판치는 선거판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 견제 세력 부재다. 지방의회도 이런저런 인연과 이권에 얽매여 제 역할을 못하고, 마지막 보루인 언론도 관언유착으로 전혀 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창의적 아이디어 부재다. 지역을 살릴 창의적 아이디어가 없다. 서로 베끼고 앉아 있는 것이다.
- 의료복지의 문제다. 의료체계가 취약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지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뺄짓 사업들을 내놓고 있다. 첨단 소재부품 가공센터 구축, 수소기업 육성을 위한 기술사업화, 식품디미방을 활용한 K-food 고부가 산업화 등등.
그러나 이 사업들이 위에서 언급한 7가지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연 1조 원의 기금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지방소멸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역량 있는 리더십, 외지인을 받아들이는 포용력, 견제가 작동하는 거버넌스, 그리고 지역 스스로의 변화 의지. 이것이 없다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