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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DESIGN

지식화에 의한 경험 형성(The Experience of Knowledge)

게시 2023-05-02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경험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극에 반응하여 발생하는 개인적인 결과물이다. 경험 형성은 사용자가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자극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오며, 이 자극에 사용자가 반응하게 되면 제품과의 상호작용이 시작된다. 이 상호작용은 개개인의 배경, 가치관, 신념, 지식 그리고 이전 경험에 의해 발생하는 개인적인 작용이다. 그래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자극만이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쳐 경험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이때 사용자는 자극을 스스로 해석하여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제공자는 사용자가 자극을 잘 해석할 수 있는 노하우(know-how), 즉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는 곧 경험으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으로의 전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사실을 Nathan은 한 장의 그림으로 잘 설명하고 있으며, ‘DIKW 체계’(DIKW hierarchy)6를 이용하여 데이터가 지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해’(understanding)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자 했다.

  • 데이터(data): 데이터는 어떤 사실이나 수치를 전달하기 위한 기호(symbol)이며, 조사(research), 창작(creation), 수집(gathering)의 결과물이다. 가령, '오늘 기온은 30도이며, 습도는 55%이다’는 측정된 그대로의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해석이나 분석되지 않은 순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raw data)는 의미가 없으며, 의미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쓸모가 적거나 없다. 다시 말해 데이터에 대한 전문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에겐 데이터 자체가 정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에겐 단순히 수치일 뿐이다. '습도’가 무슨 말인지, '습도가 55%이다’라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

  • 정보(information): 정보는 의미가 부여된 데이터이며, 데이터에 대한 해석과 분석 과정을 거쳐 사용자의 목적과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쓸모 있게 가공된 결과물이다. 가령, '오늘 기온은 30도이며, 습도는 55%이다. 어제보다 2도 가량 낮고, 기온은 높은 편이지만 습도가 낮아 활동하기에 쾌적한 날씨이다’라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설명(what)이다. '어제보다 2도 낮다’라는 상황(context)과 '활동하기에 쾌적하다’라는 의미(meaning)가 추가된 것이다. 즉, 정보는 데이터와 달리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만드는 사람이 동그랗게 만들면 소비하는 사람(consumer)도 동그란 것을 써야 한다. 즉, 누가 사용할지에 따라 정보의 구성(organization)과 제공방식(presentation)은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정보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경험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정보는 제공 그 자체보다는 정보 제공에 의해 사용자가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 지식(knowledge): 지식은 정보를 나름대로 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한 것이며, 데이터와 정보를 어떻게 응용(application)할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know-how)이다. 가령, 사용자가 입수된 정보를 통해 '기온이 어제보다 2도 낮고 활동하기에 쾌적해서 오후 행사는 운동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것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how to)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정보와 지식은 일대일 대응관계가 아니다. 즉, 어떤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쓸모 있는 정보들이 축적되어 나름의 사고체계에 맞게 전환되어야만 비로서 지식이 형성된다.

    정보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쓸모가 있지만, 이 쓸모가 올바른 판단과 행동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보가 필요하다.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정보는 사용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자극(stimulus)이며, 이 자극은 사용자의 적극적인 의지와 행동에 의해 처리되고, 그 결과 정보는 지식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인터랙션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지식은 정보의 내재화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경험이 생긴다. 이렇게 생긴 경험은 또 다른 정보를 처리하거나 판단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지식을 강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지식은 그 내용에 따라 사물지, 사실지, 방법지로 구분된다. 사물지는 사물의 존재를 아는 것이고, 사실지는 사물의 특성, 상태, 원리를 아는 것이며, 방법지는 문제해결 방법을 아는 것이다.7 이것을 운영체제(OS)의 ‘디스크 포맷’ 기능에 적용하여 비교해보면, 사물지는 ‘디스크 포맷’ 기능의 존재를 아는 것이고, 사실지는 '디스크 포맷’을 선택하면 디스크를 원래의 깨끗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며, 방법지는 실제 포맷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사용자가 이런 지식을 저절로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디스크 포맷을 위한 메뉴 옵션이 어디에 있는지, 디스크 포맷을 수행하면 어떤 변화와 효과가 있는지, 디스크 포맷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잘 모른다는 것은 제공된 정보가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이너가 필요한 것이다. 사물지와 사실지에 비해 방법지는 터득하기 어렵지만 터득하고 나면 효과는 크다. 따라서 한 번 터득한 방법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령, 운영체제가 업그레이드되더라도 가능하면 기존 사용방법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최소의 학습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 폭을 관리해야 한다.

    지식은 존재형태에 따라 암묵지형식지로 구분된다. 암묵지는 개인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 지식이고, 형식지는 책, 문서, 소프트웨어 등 다른 사람과 공유될 수 있는 형식으로 표현된 지식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형식지는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 는 사실이다. 같은 정보가 여러 사람에 의해 응용되면 개인적 해석과 분석에 의해 각양각색의 지식이 창출될 수 있다. 이러한 지식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의해 사회화가 이루어지고,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8에 의해 통합되어 보다 새롭고 높은 수준의 지식을 창출하게 된다.

    Nathan은 공유 범위에 따라 개인적 지식(personal knowledge), 지역적 지식(local knowledge), 전체적 지식(global knowledge)으로 구분했다. 개인적 지식은 개인의 경험, 생각, 관점에 따라 형성되는 고유한 지식이며, 지역적 지식은 몇몇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이고, 전체적 지식은 많은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이다. 공유 범위가 넓어지면 의미는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하며 의사소통은 일정한 규칙(rule)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 지혜(wisdom): 지혜는 지식을 활용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말한다. 가령, '활동하기에 쾌적하더라도 오후에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니 행사를 오전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라는 결정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사물과 현상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신적 능력을 바로 지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지혜는 단지 지식과 경험이 많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식과 경험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를 현실에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지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혜는 사색(contemplation), 평가(evaluation), 회상(retrospection), 해석(interpretation)의 결과이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내면적인 속성을 갖는다. 그래서 지식과 달리 지혜는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으며, 소비자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심오한 사적 영역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DIKW 체계’는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의 구조와 관계를 알기 쉽게 알려 준다. 실제로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 사이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각 단계를 분절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 경계는 단계가 전환되는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이해(understanding)다. 데이터-정보의 전환은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understanding relations), 정보-지식의 전환은 정보와 정보 사이의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understanding patterns), 지식-지혜의 전환은 지식과 지식 사이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understanding principles).9

Nathan의 그림에서 정보가 지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정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아는 것’ 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디자인은 사용자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은 지식의 작용이 필요하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지식이나 지혜를 직접 제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데이터와 정보가 없으면 지식과 지혜도 없는 법. 디자이너가 데이터와 정보를 의미 있게 구성하여 전달한다면 사용자가 정확한 지식과 참다운 지혜를 가질 가능성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6 데이터(data)-정보(information)-지식(knowledge)-지혜(wisdom)의 관계를 표현한 개념이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systems-thinking.org/dikw/dikw.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7 김효근(1999년)

8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된 지적 능력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일컫는 용어. (인용) 두산백과사전

9 자세한 내용은 http://www.systems-thinking.org/dikw/dikw.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