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 경험은 총체적(holistic)이다. 이것은 사용자 경험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작은 부품이 없으면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듯이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사용자와 제품 사이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단지 사용성(usability)이 높다고 해서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 경험이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이나 부서가 앞다투어 생기고 있지만, 실제 수행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UI 디자인을 수행했던 때와 다를 바가 없다. 허울 좋게 UX 디자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을 뿐이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전반적인 그 무엇이므로 부분적인 속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UX 디자인이 기존 UI 디자인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을 Peter Morville이 한 장의 그림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Peter는 자신의 관심 영역을 정보 설계(information architecture)로부터 사용자 경험 디자인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벌집 모양의 다이어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클라이언트에게 사용성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으로 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7가지 사용자 경험의 품질 속성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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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성(useful): 시스템은 쓸모 있어야 한다. 사용성이 최선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쓸모 없는 것을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봤자 무슨 소용 있겠는가? 사용자는 시스템을 통해 올바른 결과를 얻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효과(effect)이다. 쉽고 편리한 디자인(how)을 생각하기 전에 무엇을(what) 제공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유용성은 마케터와 기획자의 영역에서 다룬다. 그러나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영역은 사용자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유용성을 챙겨야 한다. 실제로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는 마케터와 기획자의 영역을 넘나들어야 한다. 여하튼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유용할까?'이다. 유용한 '그 무엇’을 선정했다면, '그 무엇’을 잘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 다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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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성(usable): 유용한 '그 무엇’은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잘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에 대해 제이콥 닐슨(Jakob Nielson)은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11 첫째, 처음 사용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Learnability). 둘째, 한 번 익힌 후에는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Efficiency). 셋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용 방법을 오래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Memorability). 넷째, 사용 오류는 적어야 하며, 발생한 오류를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Errors). 다섯째, 사용 과정은 즐거워야 한다(Satisfaction).
이러한 원칙은 개념적으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사용성은 사용자 경험의 기반을 이룬다. 마치 공기와 물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결핍되면 비로소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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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성(desirable): 유용성과 사용성이 우수하더라도 사용 과정이 지루하거나 건조하다면 좋은 사용자 경험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력적인 요소를 통해 상호작용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시각적 매력이 필요하다. 시각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사용자의 눈을 즐겁게 하여 사용자 과업이 지루하지 않게 수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매력’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다. 인간적인 연결을 강조하여 감성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를 진정으로 염려하고 사용자의 개인적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사용자는 시스템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더 깊은 관계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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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성(findable): 대개의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 헤매야 한다면 사용자 경험이 좋을 리 만무하다. 따라서 사용자에게는 카테고리(category), 메뉴(menu), 키워드 입력(keyword entry), 정보 구성기(information organizer) 등 정보를 효과·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정보를 찾으러 다니는 것보다는 정보가 사용자를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통계적으로 정보 열람보다는 정보 검색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사용자에게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검색성이 중요해진다. 어쩌면 사용성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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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accessible): 시스템을 누구나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처럼 신체적 또는 인지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용상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많이 겪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12월말 기준으로 등록된 장애인 수가 약 210만 명이다. 이것은 전체 인구 대비 4.27%를 차지한다.12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 고령자, 일시적으로 장애를 겪는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수치는 전체 인구 대비 약 10%에 해당한다.
어떤 이유로든 시스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제 아무리 유용하고 편리하더라도 아무 소용없다. 접근성이 없는 시스템은 곧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므로 사용자 경험도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접근성은 다른 품질 속성보다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속성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다. 만약 심신이 건강한 사람만을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떠나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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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credible): 사용자는 시스템에게 중요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웹에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와 시스템이 은밀하게 대화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뢰 요소가 중요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공개하거나 제공해야 한다면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살펴본다.
또한 사람들은 회원가입, 물건 구입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조건들을 깊이 고민하면서 비교·평가한다. 민원처리 시스템이나 인터넷 쇼핑몰처럼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불안감이 더 커진다. 이것을 해소시켜 줄 수 없다면 시스템이 제 아무리 유용하고, 편리하고, 매력적이더라도 사용자는 좋은 경험을 갖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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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성(valuable): 앞에서 살펴본 유용성, 사용성, 매력성, 검색성, 접근성, 신뢰성은 사용자 과업과 목표를 효율·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품질 속성이다. 이것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사용자가 나름의 가치를 얻게 되면 제공자도 나름의 가치를 얻는다. 마케팅(marketing)은 가치 제공(value proposition)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이며, 웹 사이트나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활동을 위한 비즈니스 도구이자 채널이다.
따라서 좋은 사용자 경험의 제공은 제공자의 부가가치 창출과 연결된다. 가치 있는 디자인은 사용자와 제공자 니즈 사이의 차이(gap)를 최소화하여 사용자 경험의 만족도와 제공자의 비즈니스 수익이 비례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계획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좋은 사용자 경험은 일부분이 뛰어나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은 총체적이라고 했다. 이것은 균형(balance)을 강조한 것이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맛, 영양, 위생 등 필수 요소를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스템도 유용성, 사용성, 매력성, 검색성, 접근성, 신뢰성, 가치성이 균형 있게 구현되어야만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Peter의 그림은 예쁜 것만을 추구하는 것 또는 UI 디자인이 곧 UX 디자인이라고 우기는 것이 얼마나 바보스런 짓인지 잘 알려주고 있다.
11 자세한 내용은 http://www.useit.com/alertbox/20030825.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 2008년 장애인 통계(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