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AI Act는 6월 공식 발효되었지만, 실제 의무사항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EU는 이 공백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법적 규제 이전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U 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새로운 실험, AI Pact를 시작했다.
AI Pact는 EU 기준을 준수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 제도이며, 법적 강제력도 없다. 기업들이 EU AI Act의 핵심 원칙을 미리 적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AI Pact의 추진 배경에는 몇 가지 의도가 있었다.
- 유예기간을 실용적인 기회로 활용하려 했다.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EU 기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 과거 GDPR처럼 시행 후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방식과 달리, 강제 이전에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규제 저항을 최소화하고 수용성을 높이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
-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규제 당국만으로는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만들기 어려워 업계의 실무 경험과 피드백을 수집하여 최종 시행령과 가이드라 인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다.
2024년 9월 AI Pact가 출범하자 Microsoft, OpenAI, Google, Amazon, 삼성 등 1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EU AI Act의 핵심 조항인 투명성, 데이터 거버넌스, 인간 감독, 안전성 기준 등을 자발적으로 준수하겠다고 선언했다.
EU AI 사무국은 참여 기업에게 위험 평가 체크리스트, 기술 문서 템플릿, 적합성 선언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고, 기업들은 자가진단을 통해 현재 AI 시스템의 EU 기준 부합 여부를 평가하고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제출된 자료는 EU AI 사무국이 검토하여 실제 시행령에 반영했다. 이러한 상호적용을 통해 규범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AI Pact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EU 기준을 수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실상의 글로벌 표준으로 인식되었다. EU는 법적 강제 없이도 규범의 세계화에 성공한 셈이다. 이는 EU가 추구해온 브뤼셀 효과의 새로운 진화 형태로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수용을 통해 규범을 확산시키는 보다 세련된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