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I Act의 시행착오는 예견되었지만, EU는 브뤼셀 효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을 주도하는 가운데 EU는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규제를 통해서라도 영향력 행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AI Act는 역외적용 범위가 광범위하여 유럽에 사업장이 없어도 유럽 시장에서 AI 시스템을 판매하는 모든 공급자, 배포자, 유통업자에게 적용된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부 기업들은 EU 시장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EU AI 사무국의 기술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AI 빅테크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EU의 역외적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규제 주권’을 주장하고, 메타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EU 규제에 대한 대응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EU AI Act로 인한 혁신 저해도 크게 우려된다. 엄격한 사전 검증 요구사항과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매출액의 7%에 해당하는 높은 벌금은 AI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EU는 AI 규제 샌드박스 도입,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 지원 및 수수료 감면 등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혁신 저해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EU AI Act의 집행력도 미지수다. 2027년 8월 전면 시행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과정에서 기술 변화를 규제가 따라잡을 수 있을지, 27개 회원국 간 일관된 집행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중국, EU 외 주요국들은 EU의 ‘포괄적 규제’와 미국의 ‘자율규제 우선’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에 놓여 있다. 두 체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경우 다른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